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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⑤ 도롱뇽과 계곡산개구리

입력 : 2016-03-03 18:37:00
수정 : 0000-00-00 00:00:00

산길 갈 때 발뒤꿈치 들고 살짝~ 도롱뇽들 발밑에 깔릴라!

 

 

 어렸을 적 봄이 되면 동네꼬마들은 개구리를 잡으러 다녔다. 개구리를 잡아서 뒷다리 하나씩을 양손에 잡고 쭉 찢어서 호미로 개구리 마디마디를 쳐 앞마당에 살짝 묻어놓는다. 그걸 닭들이 용케 찾아서 맛있게 먹는 것이 재미있었다.

 

 어려서 개구리를 많이 죽여서일까? 환경운동을 시작한 이래 십 수 년 째 개구리 서식지를 지키는 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렇게 흔하던 개구리들이 불과 2-30년 새 아주 귀하신 몸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양서류는 도롱뇽이 5종, 개구리 종류가 5개과 13종이다. 그중 황소개구리를 제외하고는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수원청개구리, 맹꽁이, 금개구리)이 아니더라도 모두 잡거나, 먹으면 처벌 받는다. 유일하게 포획이 허용된 황소개구리도 제 땅에서는 귀한 몸이라고 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모든 양서류를 보호종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연구 자료가 부족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양서류 보전을 위한 특별기구를 만들었다. 다른 동식물에 비해 양서류의 멸종 속도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3월5일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아직은 계곡에 물이 녹지 않았는데? 가장 먼저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 낳을 준비를 하는 양서류들은 흐르는 계곡의 찬물에 알을 낳는 종류들이다. 산개구리종류들과 도롱뇽 종류들이 빠르면 2월부터 겨울잠에서 깨어나 알을 낳기 시작한다. 양서류는 모든 생명들이 가장 먼저 뭍으로 나온 동물이다. 어려서는 아가미로 호흡하고 성체가 돼서는 허파로 호흡하는 동물이다.

 

 문산천 상류인 고령산과 보광사와 소령원 계곡의 3~4월은 계곡산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 도롱뇽과 꼬리치레도롱뇽들의 사랑의 몸짓을 하는 곳이다. 도롱뇽들은 물속에서 사랑의 춤을 춘다. 많게는 수 십 마리가 마치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처럼 수면 위와 바닥을 오르내리며 자신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 남성인지를 뽐낸다.

 

 주로 산지 계곡주변에서 지렁이 곤충 등을 잡아먹으며 사는 도롱뇽은 이른 봄 겨울잠에서 깨어나 계곡에 물이 정체된 곳에 막대 풍선모양의 우무질에 둘러 쌓인 알덩이를 두 타래씩 낳아 물속의 돌이나 나뭇가지 등에 붙여 낳는다. 마치 콩깍지 속에 콩알이 들어있는 것처럼 막대풍선 속에 2~30개의 알이 점점이 박혀있다.

 

 알타래 속에서 부화를 하여 완벽한 유생(도롱뇽은 어린아이를 올챙이라고 하지 않는다)이 되면 막대풍선 모양의 알 타래를 뚫고 나와 물속을 헤엄친다. 약 1센티 정도의 크기인데 성체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아가미가 몸 밖으로 나와 있다. 개구리(꼬리 없는) 올챙이와 반대로 앞다리가 먼저 나오고 뒷다리는 나중에 나온다.

 

 물속에서 유생으로 지나는 기간이 꽤 길어서 2~4달이 걸리는데 물속에서 주로 날도래나 강도래, 하루살이 애벌레, 엽새우 등을 먹고 먹이가 부족하면 올챙이나 제 동료를 잡아먹기도 한다. 아성체가 되면 육지로 나와 엄마아빠들처럼 낮에는 돌 아래나 땅속에서 쉬고 밤이 되면 나와서 먹이활동을 한다.

 

 십 수년 전 부산 천성산의 꼬리치레도롱뇽은 생명을 사랑하는 지율이라는 스님에게 ‘살려달라’고 외쳤다. 인천 계양산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재벌사의 하수인들에게 살해당한 도롱뇽들은 그들의 친구인 초록동무 어머니들에게 “내 아기들을 살려 달라”고 절규했다.

 

 우리도 동네 가까운 산간 계곡으로 봄나들이를 가자. 가서 그곳의 원래 주인인 도롱뇽들과 눈 맞춤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필시 도롱뇽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곤충과 양서, 파충류 소개꾼 노현기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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